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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리랑과 스리랑

by 이촌산인 2016. 8. 14.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선창)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나네

      - 『한국의 아리랑 문화

 

   한국의 아리랑 문화김태준ㆍ김연갑ㆍ김한순 선생이 박이정에서 출판한 책이다. 위의 인용 작품은 나운규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 가사 중 일부다. 아리랑은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민요에 속한다. 그 가운데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은 삼대 아리랑으로 불린다. 영화 주제가 <아리랑>은 이른바 <신아리랑>으로도 불린다. 이제 삼대 <아리랑>의 가사를 각각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 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러

   아우라지 맷사공아 배 좀 건네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중략)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정선 아리랑중에서

 

B.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으응 아라리가 났네 (후렴)

   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만경창파에 두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디여라 노를 저어라

    - <진도 아리랑> 중에서

 

        C.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후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정든 임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벙긋

    – <밀양아리랑> 중에서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다. 아무도 그 뜻을 정확히 모르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  그러나 알기살기의 어휘 의미를 참작할 때 그 의미를 푸는 길이 열린다. 아리랑은 다음과 같이 형태 분석된다.

+ 이랑 > 아리랑

  여기서 알은 명사며, ''은 격조사가 된다. 알은 아르케와 같이 영혼이란 뜻을 가진다. 여기서 영혼 대신 정신이나 신의 개념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정신과 함께' 또는 '신과 함께'라는 뜻을 갖는다. 정신이 영혼이란 개념보다 실체성이 강한 용어라면, 신은 영혼보다 포괄성이 강한 용어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알이나 아르케를 정신이나 신의 개념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쓰리랑'이다. 얼기설기에서 '섥'의 용례를 찾기 힘들듯이, 쓰리랑도 그 어원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얼기설기나 알기살기란 어휘의 존재를 고려할 때, 그 어원은 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곧 쓰리랑은 다음과 같이 형태 분석할 수 있다.

살 이랑 > 사리랑 > 스리랑 > 쓰리랑

  이때 '사리랑'에서 스리랑으로의 음운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양성모음 아리랑과 이어질 때 오는 모음조화의 무미건조한 규칙성을 약간 비틀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는 중성모음으로서, 음성모음처럼 그 어감을 반대로 만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스리랑은 경음화를 통해 쓰리랑으로 한 번 더 음운 변화를 겪는다. 물론 현존 <아리랑>에서는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삼대 <아리랑>의 후렴에 해당하는 구절 의미를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앞서 제기한 사설의 논리를 보강하기로 하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를 넘겨 주소     <정선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으응 아라리가 났네     <진도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밀양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신과 함께 신과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씩이라고 풀 수 있다. 한편 아리리요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 + + > 아라리요

  ′알알이는 영어로 말하면 all이 아니라 everybody가 된다. 곧 뭉뚱그려 말한 전체가 아니라, 전체를 이루는 하나하나가 된다. 그리고 는 부사어 뒤에 붙어 청자에게 존칭의 뜻을 부여하는 보조사에 해당한다. 그 다음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 주소신이여, 내가 그대와 함께 삶의 고비를 넘어갈 수 있도록 해주소서라는 기원의 의미를 담는다. <아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원가가 된다.

  <진도아리랑><정선아리랑>과는 달리 후렴에 쓰리랑이 나타날 뿐 아니라, 기원의 어조가 사라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아리리가 났네라는 식의 영탄의 어조가 새롭게 생겨난다. '나다'는 /출(出), 생(生),  발(發)/ 등의 의미를 지닌다. 아라리가 났네는 그러므로 우리 인간은 한 사람씩 개별적 존재로 태어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은 알뿐만 아니라 살도 함께 구비하여 태어난다. 쓰리랑이 없을 때의 아리랑은 신이란 뜻을 지니지만, 그것이 있을 때는 육체에 대응하는 정신이란 뜻으로 그 개념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는, 첫째, 개별적 존재로서의 탄생 의의뿐만 아니라, 둘째, 정신과 육체의 조화라는 탄생 의의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은 알기살기와 동의어가 된다.

  <밀양아리랑> 또한 <진도아리랑>과 같이 기원이 아닌 영탄의 어조를 띠지만, 그 정도가 약간 약화되어 나타난다. 아리랑 응응으응 아라리가 났네" 대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란 후렴이 사용된다. 그러면 기원과 영탄 중 아리랑의 원류에 가까운 것은 어느 것일까? 이 문제를 풀기 전에 다음 두 시를 비교해 보자.

        임에게 한 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내 주여, 온갖 내 감각이 손을 뻗쳐 임의 발 앞에 있는 이 세계를 어루만지게 하여 주소서.

아직 떨어지지 않는 소나기의 짐을 지고 나직이 떠 있는 7월의 비구름과도 같이, 한 번 임께 인사를 올림으로써 온 이내 마음이 임의 문 앞에 머리를 숙이게 하여 주소서.

온갖 이내 노래로 하여금 갖가지 다른 가락들을 한 줄기로 모아 임께 한 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침묵의 바다로 흘러가게 하여 주소서.

밤이나 낮이나 고향이 그리워 애타며 산속의 보금자리로 날아 돌아가는 학의 부리와도 같이, 온 이내 생명으로 하여금 임께 한 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영원의 안식처로 항해를 하게 하여 주소서.    

cf. 타고르, <기탄잘리 103>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cf. 한용운, <님의 침묵>

 

  타고르의 시 <기탄잘리>1974년 정음사에서 간행한 류영 선생 번역의 『타골전집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1973년 신구문화사에서 간행한  한용운전집에서 약간의 자구 수정을 거쳐 각각 인용한 것이다. <기탄잘리 103>이 기원의 어조를 가진다면, <님의 침묵>은 일정한 정도 영탄의 어조를 갖는다. 한용운은 타고르의 영향을 받아 <타고르의 시(gardenisto)를 읽고>란 작품을 남긴 적도 있다.

  신을 내 안이 아닌 바깥에서 찾을 경우, 그 목소리가 기도의 울림을 지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신이 이미 내 안에 있다면, 그 목소리는 저절로 영탄조로 흘러나올 것이다. 아마도 신을 바깥에서 찾는 일이 먼저 일어난 후, 성찰을 통해 그것을 다시 안에서 발견하는 일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선아리랑>이 <진도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보다 원류에 가까운 아리랑이 된다. 한편 <밀양아리랑><진도아리랑>보다 영탄의 정도가 약하다는 점에서, 논리적 순서상 뒤쪽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아리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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